《바다로 부터 나오는 빛 Light from The Sea》
장춘철 명장 나전칠기전 Master Jang Chun Chul
2025년 10월 1일 (수) - 11월 1일 (토)
Oct 1st - Nov 1st, 2025

일월오봉도
Painting of the Sun, Moon, and Five Peaks
184㎝×100㎝×3㎝, 2015
나전칠기
Mother-of-pearl lacquerware
해암 장춘철 작가는 1960년 목포에 속해 있는 한 섬인 고하도에서 태어나서 바다를 보며 자랐다. 청소년 시절 우연히 방문했던 나전칠기 공방에서 이것이 자신이 할 일임을 직감적으로 느낀 이후 50여 년을 한길로 매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나전의 전통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도 생기게 되었고 이 귀한 문화재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게 되어 후진 양성에도 힘쓰게 되었다. 나전칠기는 공정과정이 165 과정을 거쳐야 간신히 완성되기 때문에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현재 명맥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나전칠기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쓰는 한자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개’ 라는 고유어를 써왔다. 자연의 빛인 자개의 빛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 빛은 오묘하고 영롱하다.
나전칠기의 오색찬란한 빛깔의 매력에 옻칠의 깊이가 더해지면 보석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명장의 작품들울 현재 세지화랑에서 감상할 수 있다.
Master artisan Jang Chun Chul was born in 1960 on Gohado, an island near Mokpo, where he grew up surrounded by the sea. As a teenager, he happened to visit a mother-of-pearl lacquerware workshop and immediately felt a calling. Since then, for over 50 years, he has devoted himself entirely to this craft. Along the way, he came to feel a strong responsibility to preserve the tradition of najeonchilgi (mother-of-pearl lacquerware) and has dedicated himself not only to his art but also to training younger generations so that this precious heritage may be passed on.
The process of creating najeonchilgi involves no fewer than 165 painstaking steps, making it an exceptionally demanding art form and one that is increasingly difficult to sustain today. While the word najeon is a Sino-Korean term also used in China and Japan, in Korea it has long been referred to by its native name, jagae. The iridescent light of natural jagae-a radiance that cannot be artificially replicated-is both mysterious and resplendent, unlike anything else found in nature.
According to the artist, when the shimmering colors of mother-of-pearl are deepened by layers of lacquer, the result attains the brilliance and value of a jewel. The works of this master, who has reached the highest level of artistry, can now be experienced at Seji Gallery.

금슬지락(琴瑟之樂) 이층장
Harmony of Strings or Joy of Marital Harmony
two-story cabinet
60㎝×40㎝×90㎝, 2015

만수무강(萬壽無疆) 소반
Longevity without Boundaries
Soban (traditional Korean small table)
44㎝×44㎝×29㎝, 2020
✦ 장춘철 명장의 작품을 마주하는 첫인상
눈앞에 보이는 이 테이블은 단순한 가구라기보다 하나의 ‘회화적인 무대’처럼 다가옵니다. 둥근 상판 위에 촘촘히 박힌 자개 문양, 중심부의 화려한 원형 장식, 그리고 주홍빛 가장자리가 어우러져 보는 사람을 압도하죠. 가까이서 보면 작은 자개의 조각들이 빛의 각도에 따라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느낌을 줍니다. 이 반짝임이 바로 나전칠기의 생명력이자 매력입니다.
✦ 나전칠기의 뿌리
나전칠기는 고려시대부터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아온 우리 전통 공예입니다. 얇게 간 조개껍질(전복, 진주조개, 소라 등)을 잘라서 나무나 옻칠한 바탕 위에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옻칠을 입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 후 갈아내는 방식으로 완성되지요. 고려 나전칠기는 일본,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수출되며 왕족과 귀족이 애용한 최고급 예술품이었어요. 당시 송나라 사신이 “고려의 나전은 세상 어디에도 견줄 것이 없다”고 기록할 정도였으니,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은 이미 천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거죠.
장춘철 선생님의 작품은 이 오랜 전통을 그대로 잇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작품의 구성과 상징성
이 테이블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보입니다.
• 원형 상판
원은 하늘, 우주, 완전함을 상징합니다. 나전칠기의 전통 문양에서도 원형은 자주 등장하는데, 장 선생님은 이 원의 상징성을 극대화하여 마치 별자리를 보는 듯한 우주적 패턴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운데 원형 장식은 작품의 ‘심장’ 같은 부분으로, 여기서부터 빛과 무늬가 퍼져나가는 듯합니다.
• 자개 문양의 촘촘함
바둑판처럼 세밀하게 배열된 자개 조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장인의 인내와 시간을 상징합니다. 수천, 수만 개의 작은 조각을 붙여 완성된 이 표면은, 그 자체가 ‘세월의 기록’이자 ‘손길의 흔적’입니다. 보는 사람은 저 패턴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삶의 순환, 자연의 질서를 떠올리게 되지요.
• 주홍빛 가장자리
전통 나전칠기에서는 흔히 검은 옻칠 바탕을 많이 보는데, 이 작품은 강렬한 주홍빛 테두리를 사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차갑게 반짝이는 자개 문양 속에 따뜻한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는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전통과 현대, 차가움과 따뜻함이 만나 균형을 이룹니다.
• 팔각의 하부 구조
하부는 팔각으로 되어 있는데, 팔은 동양에서 길상과 조화를 상징합니다. 불교적 의미로는 팔정도(八正道), 또 유교적으로는 팔괘(八卦)를 떠올리게 합니다. 즉, 이 테이블은 단순한 생활 가구를 넘어 동양 철학의 상징적 세계를 품은 하나의 ‘작은 우주’라 할 수 있지요.
✦ 전통과 현대의 만남
장춘철 선생님 작품의 특징은 바로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살린다는 데 있습니다. 고려와 조선의 나전칠기 작품들은 대부분 장식품이나 소규모 가구(합, 함, 경대 등)에 쓰였지만, 선생님은 그것을 현대 생활과 연결되는 가구 디자인으로 확장했습니다. 테이블이라는 매개체 속에서 전통이 일상으로 내려와, 오늘날 우리의 삶과 만나는 거죠.
게다가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구성을 통해 현대 미술 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과거와 현재가 시간의 층위를 넘어 만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 장인의 손길, 그리고 시간
나전칠기는 ‘시간의 예술’이라 불립니다. 얇은 자개를 오려내는 과정, 옻칠을 여러 차례 바르고 갈아내는 과정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 작품에는 장인의 호흡, 손길, 그리고 기다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이 테이블을 보면, 표면의 촘촘한 문양이 결코 기계적인 규칙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빚어낸 유기적 리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리듬감 속에서 보는 이는 묘한 안도감과 평화를 얻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식미를 넘어, ‘명상의 공간’을 열어주는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 오늘날의 의미
우리가 이런 작품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건 단순한 ‘아름답다’라는 감탄을 넘어서, 전통이 어떻게 현재와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일 겁니다. 나전칠기는 과거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장춘철 선생님의 작품은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즉, 전통은 박물관에 갇혀 있는 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죠. 이 테이블은 ‘쓰임’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기에, 전통 공예가 현대인의 생활 속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 마무리하며
이 작품 앞에 서 있으면, 단순히 화려함에 매혹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장인의 인내, 전통의 깊이, 그리고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나는 과거이자 현재이고, 동시에 미래다”라는 메시지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이 테이블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전통과 현대, 인간과 자연, 실용과 예술이 만나는 하나의 우주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나용준 (문학박사, 교수, 시인, 평론가)

당초 덩굴연 (唐草藤蔓連)
Box of Vine-scroll Splendor
29.5㎝×21㎝×8.5㎝, 2024

사화영롱함 (詞華玲瓏函)
Box of Resplendent Mother-of-Pearl
29.5㎝×21㎝×8.5㎝, 2024

자개 선의 향연
Symphony of Mother-of-Pearl Lines
30㎝×30㎝×3㎝, 2022

오상고절(傲霜孤 節)
Noble Spirit Defying the Frost
30㎝×30㎝×3.5㎝, 2023

자개화향
Fragrance of Mother-of-Pearl Flowers
45㎝×30㎝×3.5㎝, 2025